병구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다. 이번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에는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병구는 분명히 외계인이라고 믿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을 납치해 왕자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한다. 한편, 경찰청장의 사위인 강만식의 납치 사건으로 인해 경찰내부는 긴장감이 감돌고 지금은 뇌물비리 사건으로 물러나 있지만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명형사인 추형사는 병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집까지 추적해 온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강사장은 기상천외한 고문을 견딜 수 없게 되자 급기야 병구가 수집해놓은 외계인 자료를 훔쳐보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이제 승리는 누가 상대방을 잘 속여 넘기는가에 달려있다. 외계인의 음모를 밝히려는 병구와 외계인(으로 추궁 당하는) 강사장의 목숨을 건 진실 대결.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병구는 개기월식이 끝나기 전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그런데…… 내가 죽으면 지구는 누가 지키지?
뭐랄까 다 보고 머리가 (긍정적인 의미로) 너무 아팠음… 번쩍번쩍한 B급 CG며 감성이며, 포스터까지 더불어 첫인상이 그닥 좋진 못했어서
뭐야 이 이상한 영화는… 하고 지금까지 외면했던 영화인데… 적당히 악플 달면서 지인이랑 같이 볼 컨텐츠가 필요해서 골랐고 결과 : 머리가 너무 띵해요오오……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오타쿠가 이렇게 많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제가 그 오타쿠+1이 되었네요
전기고문의자(~랑 비슷한 형태)를 보기만 해도 박찬욱의 복나것이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라서 더 외면했던 것 같기도 한데, 복나것과 비슷한 결? 주제? 면서 풀어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참고로 저는 료나를 못 본다는 사유로 복나것에 별점 마이너스를 줄 수 있다면 마이너스 5점을 주고 싶었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아무튼…… 매 컷 전환과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뜨든! 쿵! 확! 이런 그시절 공포영화 효과음이며 조잡한 cg그래픽 탓에 너무 당연히 B급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모든 것이 의도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여운이 짙고 즐겁게 봤던 영화. 물론 어떤 것은 의도고, 어떤 것은 그 시절의 한계에 가까웠겠지만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평가가 갱신될 영화가 아닐까… 라고 감히 생각해봄.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모든 장면이 다소 버겁고 괴로웠으나
십자가에 못 박힌 강사장 장면을 볼 때쯤에는 감탄 반, 경악 반의 심정으로 비명을 꽥 질렀다. 병구는 "고통이라는 건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 잔인한 장면의 나열을 보며 서서히 익숙해지며 눈을 가리지 않고 영화에 몰입한다. 직접 겪지 않는 고통은 공감만 할 수 있을 뿐 타인에게 와닿지 못할 것이며…
당신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황당한 설정의 음모론… 처음에는 주인공을 정신병자 취급하고 넘겼는데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병구의 입장이 되어 숱한 고문을 받지만 죽지 않는 강사장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 계속 의심하고,
역시 아니잖아! 했다가도
어 진짠가…? 하며 러닝타임 내내 몰입을 관둘 수가 없었다. 악플 실컷 달던 요소와 사건들이 전부 하나하나 복선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어…? 함 진짜로… 진지하게 풀었으면 정말 비난만 나왔을 것 같은데, 중간중간 화려하게 내 정신을 쏙 빼놓는 그 시절 CG가 진실된 웃음을 자아내게 해서 끝까지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사실 병구에게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겠죠, 그는 결국 제 삼자의 시선으로 보면 희대의 싸이코패스 엽기연쇄살인마 정도에 그칠 뿐이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듯
병구가 자신이 잘못되면 뒤를 잘 부탁한다는 부탁을 받은 형사가 병구를 제지하는 장면을 복기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온갖 불행과 사회의 부조리함으로 미쳐서 악인이 된 병구의 과거사를 보여줌으로서 그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고선(물론 복기하다 보니 드는 개인적인 감상이라지만, 인권 따위는 개나 준 시대의 대한민국이라던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라던가 여럿 떠올라서) 선 긋는 연출 같다고도 생각했고. 작중에서 '지구'가 중의적 의미로 통하는 요소라는 것도 정말 좋아……
결말 부분에서는 정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하~~~????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이야기하고 이거저거 찾아보다 보니 아예 해석을 두 가지 방향으로 할 수 있고, 어느 쪽을 채택해도 영화의 메세지나 감상을 해치진 않을 것 같다 싶어서 또 새삼스레 충격…… 이른 영화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시절 무법지대 한국이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영화같기도 해서… 다시 보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엄두가 안 나고!! 언젠가 또 한번…
지금 봐도 신선하고 충격적인, 어쩌면 세련되기까지 한 영화 같은데 마케팅으로 흥행이 망했다는 이야기는 김씨표류기 생각이 나서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