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 단편 안그람
어느 날 음대생 서마리 앞에 ‘말하는 토마토’가 강림한다. 토마토는 마리에게 ‘제자가 돼라’는 명령과 함께 그리하면 ‘악몽’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데이트폭력의 피해자로 종교와 보호제도에 의지하고 있던 마리는 토마토의 말이 신경쓰이지만 애써 무시한다. 그러던 중 가해자였던 전 연인이 한밤중 마리의 집에 침입해 보복을 가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마리는 토마토가 내민 기회를 쥐기로 결심하는데…
오늘도 시험에 던져진 말랑하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을.
트위터에서 ‘인외인간 맛집’이라는 후기로 알티 돌 때 흥미로워서 구매! 그리고 책장에 N개월간 박혀 있던 책을… 드디어 회사에 들고 가서 읽었다. 책 소개문구의 줄거리와 제목은 마지막 단편인 토나입이고, 총 5편의 단편이 수록됨. 처음 두세 편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인외인간이라고 바이럴 돌릴 만큼 그렇게 오타쿠같지 않은데…? 싶었는데 4번째 단편에 이세계, 용, 용인간 이런거 나오는 거 보고 함박웃음. 제일 기대했던 토나입도 나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고 재밌게 읽었다.
씹덕적인 관점에서 : 나는 첫 번째 단편이 제일 소프트하고 무난하다고 생각했는데… 교보 독자후기 들어가봤더니 첫번째가 제일 괜찮았고 나머지는 그닥이라는 평이 좀 보여서 놀람. 이게 아마 씹덕이랑 일반인의 차이인 거겠죠…?
★★★ 100Brix “확인하는 게 그렇게 중요했어? 외계인인지 아닌지.”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사상검증을 중고등학생의 시점으로 풀어낸 듯한 이야기. 소재가 외계 난민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정상사회에서 배척되는 소수자들을 외계인으로 빗대는 클리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편. 짧고 굵게 잘 읽었다. 뭔가 이거저거 쓰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지식이 짧아 줄임… 내 주제파악이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다음에 다시 읽어봐야겠음 (제목의 의미가 궁금한데 아직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서)
★★★ 진지하고 싶지 않은 혜지씨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나봐요.”
타인의 끊임없는 평가 속에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화라는 감상. 사실 삶 동안 자신을 사랑하고, 즐거운 것을 하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아도 된다는 주제는 오래 전부터 진부한 교훈이지만 사람 삶과는 역시 떼어놓을 수 없는 메세지기도 할 것이다.
★★★☆ 공룡의 아이 “죽음이 뭔지도 이해 못 하는 애한테 어떻게 설명할래?”
소재나 연출을 보면서 초반에도 금방 뒷 전개를 상상할 수 있었던 단편.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었고, 역시 죽음에 대해 무지한 아이들과 그를 잘 포장하여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유예해 주는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건 평생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 아이와 어른의 시선이 다르기에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좋다. 지브리사의 토토로 생각이 났던 것 같기도(소재랑 스토리는 완전 다르지만)
★★★★★ 녹슨 금과 늙은 용 “지금을 사는 사람들은 그 ‘언젠가’에 어땠었는지를 궁금해하지 않아.”
아………… 이 단편 진짜 좋았는데, 그래서 오타쿠같은 후기밖에 쓰지 못하게 됨…… 오래된 영광과 사랑을 그리는 늙은 용과 황금의 이야기, 그리고 바쁘게 발전해가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함께 그려둔 것도 좋았고…… 푸른 용의 사랑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에 그쳐, 그가 간직한 황금은 가치가 쇠퇴해 쓰레기 내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지만 녹슬지 않아 여전히 찬란히 반짝인다는 게 진짜 너무너무 좋았음……(제목은 녹슨 금과 늙은 용인데도) 그 내막을 알게 된 이방인 '주영'이 결국에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결말도 참 좋았는데, 가치없을지언정 여전히 건재한 황금의 반짝임이 잠깐이라도 재조명받게 된 것이, 오래된 낭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스토리가 여운 깊기도 했고, 용인간 소재라 좋았기도 했고(ㅋㅋ), 푸른 용이 눈물 흘리는 것을 비처럼 맞는 주영의 모습이 그려진 두 페이지 짜리 삽화가 정말 좋았음. 나나니 때도 그렇고 나는 거대한 인외와 인간의 감정적(그것이 인간의 시점에 불과하더라도) 교류를 그리는 연출이 정말 정말 좋은듯
★★★★★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 “원하시면요, 제가 선생님의 악몽도 없애드릴까요?”
사실 독서 안 한지 정말 오래돼서(…) 최근 소설 트렌드는 잘 모르지만, 그리고 나의 편협한 시야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젊은 여성작가들의 여성혐오범죄를 다루는 이야기(정확히는 그에 대한 복수 서사)들은 꽤나 잔혹하고 폭력적으로 묘사된다고 생각한다.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에 수록된 「가시」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달까, 데자뷰랄까. 읽는 내가 여성인 이상 통쾌하다는 감정을 지울 수 없는데 두 작품에서 느꼈던 기시감은 여성이 여성에게 연대하고, 폭력적으로 구제하는 모습이 마치 구원처럼 그려진다는 점.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비슷한 플롯을 작가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재밌고, 다들 젊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바가 비슷하기 때문에 비슷한 플롯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제의 원인을 직접 죽이는 것은 아마 모든 피해여성들이 염원하는 바이지만 그럴 수 없을 테니까. 뭐 이런 저런 사념을 제하고서라도 일단 만화가 너무 재밌다.